안녕하세요. 날랜손깔 입니다.
저는 홈스쿨링 하는 아이 셋을 둔 아빠입니다.
첫째는 지금 학교를 다닌다고 치면 중학교 1학년 이구요.
둘째와 셋째는 초등학교 3학년, 4학년이 되겠네요.
첫째 아이는 중학교 검정을 마치고 다음 달, 8월 고등학교 검정을 한 달 앞두고 있구요.
둘째와 셋째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긴 합니다.
저희집 아이들은 중간에 잠깐 한 달 정도? 학교를 갔던 것 빼고는 학교를 거의 다니지를 않았어요.
아이들이 집에서만 있다보니 학교에 대한 로망같은 게 생기더라구요.
게임이나 드라마, 유튜브 같은 것들을 통해서 접한 부분적인 학교에 대한 기대감들이 있다보니 학교에 가고싶어할 때가 있더군요.
그래서 한 번 다녀봐라 싶어서 학교에 보냈었지만 한 달 정도 후엔 여러가지 이유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언젠가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홈스쿨링을 시작하려고 생각중인,
혹은 홈스쿨링을 하고 있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갈까 고민중인 분,
또 혹은,
"홈스쿨링을 뭐하러 하는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하고싶은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저희는 제주도에 살고 있어요.
서울에서 이 곳에 내려온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버렸네요.
아무튼 제주도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아마 드넓은 바다와 산, 들판같은 자연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다보니 저희가 아이 셋을 홈스쿨링을 시키고 있다고 하면,
열 중 아홉은,
"제주도에 있으면 아이들이 마음껏 자연 속에서 뛰어놀 수 있고 하니까 홈스쿨링도 좋겠어요"
"홈스쿨링 하시려고 제주도 가셨구나"
하는 말씀을 참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희가 아이들 홈스쿨링을 시키게 된 이유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어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를 꼽아보자면,
'학교에서 공부를 너무 시키지 않는다'
는 것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부분일 수도 있겠네요.
사실 홈스쿨링 이라고 하면 아이들을 공부에 얽매이게 하지 않고 자유롭게 키우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이 선택하시는 길이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그렇지 않았어요.
아이가 20살이 되기 전,
즉 성인이 되기 전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성인이 되고나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정말로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길 원했어요.
다들 아시겠지만 사실 학력이 부족하면 대학 선택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가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요즘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꼭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들이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학력이라는 걸 제외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정말 많이 줄어드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아이가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어서 어릴 때부터 공부는 하지않고 춤과 노래만 연습하다가,
19살이 되어서 갑자기 의사나 변호사가 되고싶다면 그게 가능할까요?
적어도 5년 이상은 다시 공부를 해야할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이가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가질지언정 고등학교 3학년, 즉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열심히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주위의 아이들을 보니 저희가 생각하는 것과 요즘의 학교는 많은 것들이 달랐어요.
긍정적이라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가 제일 먼저 든 건,
"이렇게 해서 고등학교를 제대로 갈 수가 있나?"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험이 없어진 건 알고 있었지만(제주도에서는 중학교 1학년도 시험을 보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이 정도로 학교에서 아이들의 학력에 관심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학교에서 시험같은 걸 치지 않더라도 집에서 아이들 공부를 잘 봐주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생각처럼 만만치가 않죠.
사실 사교육 시장이 커지기만 해져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기도 하구요.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않으니 아이들은 공부를 해야할 필요를 모르고
(물론 지금 공부해야 나중에 고생안한다라고 말해줄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그걸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겠죠)
선생님들 역시 요즘같은 세상에 아이들을 공부하라고 다그치기도 쉽지 않죠.
그리고 사실 선생님이 얼마나 잘 가르쳤느냐는 아이들의 성적으로 판별이 날텐데,
그 판단 기준이 없어지니 열심히 가르친 선생님이나 그렇지 않은 선생님이나 결과가 없으니 알 길이 없죠.
아이들에게 공부를 안시키고 재미있게 노는 선생님은 인기있는 선생님이 될테고,
공부 안한다고 뭐라고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여지없이 "꼰대" 선생님으로 낙인찍혀 버릴테니
선생님 입장에서도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태로, 공부라는 것이 몸에 배지 않은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간다고해서
갑자기 공부를 할 수가 있을까요?
습관이라는 건 정말 무섭습니다.
오죽하면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을까요?
6년을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었다고 갑자기 공부가 손에 잡힐리가 만무합니다.
그러면 초등학교때 부모님이 집에서라도 공부를 시킨 아이들이라면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어련히 알아서 해주었을까 하고 손 놓고 있었던 아이들이라면 공부를 해야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시험이라는 걸 치게되고,
그제서야 성적 즉 자신의 학력이라는 걸 마주하게 되는 아이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죠.
그러고는 1년 혹은 2년 후에 고등학교를 가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학업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은 전 세계에서 알아줄만큼 높은 수준을 자랑하죠.
중학교까지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그제서야 따라잡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그제서야 공부를 좀 해볼라치면,
이미 중학교때 익혀두어야 했던 기초들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준비된 다른 아이들을 따라잡는다는 건 사실상 어렵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수시로 대부분 대학을 가다보니 1학년 성적부터 대입 성적에 반영이 되는데
사실상 1학년때 아이가 가야할 대학이 정해지는거나 다름이 없는 셈인거죠.
고등학교때는 누구나 열심히 공부를 하니까요.
다른 여러가지 이유도 있지만 이런 부분이 저희에게는 홈스쿨링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학교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의 문제라고 할까요?
부모님들도 몇 년전, 몇 십년 전에는 학생이셨을테니 잘 아시겠지만,
시험이 없는데 제대로 공부할 아이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그런 아이들이라면 사실 홈스쿨링은 필요없을 거에요.
그냥 내 아이가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이라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해서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홈스쿨링이라는 건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
그리고 아이가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아서 대학에 들어갈 때 받아야 할 고통,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때 받아야 할 고통을 생각한다면 별 것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홈스쿨링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런 이유로 홈스쿨링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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